남해, 사람으로 기억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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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찬희 댓글 1건 조회 3,258회 작성일 14-04-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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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령이 아빠에요. 두 주 전에 남해에 갔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갔네요. 이제야 정신이 들어요. 여행은 장소도 장소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무엇보다 이모님을 만난 게 제일 큰 행운이었죠. 다랭이 마을을 들러보고 숙소로 돌아갈 때 먼 발치에서 딸 아이 이름을 부르는 이모님을 보고 마음이 뭉클했죠. 보통 주인과 손님 관계에서 그런 일은 흔치 않잖아요. 짐을 끌고 가는 차 없는 뚜벅이 가족을 위해 그 먼 길을 달려 데려다 주신 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같이 둘러본 남해 곳곳은 무척 아름답고 조용하고 평화로왔죠. 남해 다음에 들린 통영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그때문인지 남해의 인상이 더 강렬해요. 제 지론이 천천히 가는 게, 천천히 보는 게 남는 거다 인데 남해에서 다시 한번 중요성을 알았죠. 이모님과 같이 남해 시장에서 먹은 콩죽의 달콤함이 아직 혀끝에 남아 있네요.     

숙소에서 본 잔잔한 바다. 그 바다 위로 저녁이면 늬엇늬엇 해가 넘어가고 그러자 달이 오르고 별이 뜨고. 딸 아이는 그 바다, 그 하늘, 그 밤, 그 별에 대한 세세한 기억을 잊을 수 있겠지만 아마 마음 깊은 곳에 평화로운 느낌으로 남아 있겠요. 중요한 기억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남는 법이죠.

그때도 말씀 드렸지만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한 글을 쓸 때 다랭이 마을을 넣기로 마음 먹었어요. 물론 이모님 이야기도 같이요. 남해안 곳곳에 있는 다랭이밭과 논을 사진으로만 봤다면 한 평 땅이 왜 사람들에게 그토록 소중했는지 알 수 없었을 거예요.

늘 건강하시고 딸 아이가 좋아하는 땡칠이와 닭들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다음에 또 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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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남해하늘빛님의 댓글

남해하늘빛 작성일

찬희씨, 승언씨, 서령아!

그렇지 않아도 서령이가 눈에 가물가물거리고 렛잇고 노래가 귓가에 맴맴도는데...
찬희씨의 글을 대하고 보니 가슴 뭉클하니 눈물이 나올려고 하네요.
서령이네의 뚜벅이 여행이 너무 부러웠는데...
찬희씨, 승언씨 진심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언젠가는 또 만나겠지요.

서령아.
남해 할머니가 서령이 많이 보고 싶다. 밥잘먹고 예쁘게 커서 할머니 보러와.
땡칠이. 꼬꼬들이랑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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